불확실성 장기화땐 환율發 경기하방…성장률 1.3%까지↓

경제

이데일리,

2025년 2월 04일, 오후 09:53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실물·금융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를 통해 “최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와 한미 금리역전 등 구조적 요인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상승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사진=AFP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에 수습 되더라도 한미 금리역전 지속과 트럼프의 관세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올해 환율의 주요 변수가 되리란 판단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돼 원·달러 환율은 4% 이상의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정치권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SGI는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중 지속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약 5.7% 상승 압력을 받게 되며, 이런 시나리오라면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정치권 갈등 장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투자·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재정 공백 발생, 통화·통상 정책의 효과적 대응 지연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주요 기관의 예측치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1.7%, KDI는 2%를 예측했다.
대한상의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 및 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철강 등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불안이 실물·금융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등 정책패키지 시행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등 기업투자 관련 법안 신속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물·금융 정책 패키지가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와 해외 IR 활동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대비한 추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발표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외에도 중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P-CBO(유동화회사보증) 공급 확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치 등을 상황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해 반도체특별법, 전력망 특별법 등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경제적 효과 극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저리 대출 확대와 금리·보증료 우대 지원을 강화하고, 석유화학·항공·철강 등 환율 급등에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및 기간산업안정기금 활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환율 급등과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 변화가 맞물린 현재 상황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양한 대응책들이 실질적으로 실행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 기업 등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