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산골 오지에 공사비만 9.4억원…'초호화' 공중 화장실 논란

해외

이데일리,

2025년 2월 04일, 오후 09:38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 나라현에 위치한 한 시골 마을에서 ‘1억엔’(약 9억4000만원)의 공사비를 쏟아부은 공중 화장실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나라현 동부에 위치한 미쓰에 마을에 최근 설치된 1억엔짜리 화장실.(사진=MBS뉴스)
일본 MBS뉴스는 나라현 동부에 위치한 미쓰에 마을에 최근 설치된 1억엔짜리 화장실이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장실을 세운 미쓰에 마을은 인구가 고작 1300명 남짓의 작은 마을로, 문제의 화장실은 산골짜기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완공된 이 공중 화장실은 여성과 남성을 위한 전용 화장실 각각 1개가 있다. 또한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물리적 장애를 없앤 배리어 프리어 시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 있다.

외관만 보면 평범한 공중 화장실로 보이지만, 문제는 건설 비용이다. 이 화장실의 건설 비용은 주차장 유지 보수를 포함해 약 9500만엔이며 일부 주민들로부터 “1억 엔짜리 화장실”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고 MBS뉴스는 전했다.

도로 건너편에는 오래된 화장실이 있지만, 마을은 새로 만들기로 했다. 비용은 10년에 걸쳐 상환하는 ‘인구 감소 채권’으로 충당하고, 이 중 70%는 중앙정부에서 지방 교부세로 보전 받았다. 나머지 30%는 마을이 부담했다. 일부 주민들은 “너무 비싸다”며 계속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MBS뉴스가 취재한 평일 낮에는 주민과 여행자 등 1시간에 10명 정도가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억엔 화장실에서 1.7km 정도 떨어진 곳에 다른 화장실이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화장실 근처에는 5곳의 화장실이 있으며 건설 비용 또한 1100만~2000만엔으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쓰에 마을 행정 당국은 고가 화장실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화장실 이용객에게 마을을 어필하기 위해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팸플릿에서 해당 화장실을 소개했다. 또한 비싼 건축비에 대해서도 지역 목재를 홍보하기 위해 나라현의 편백나무 등의 자재를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마을 촌장은 주장했다.

MBS뉴스는 “나라의 산속에 지어진 ‘1억엔 화장실’의 건설 비용이 합리적인지의 여부는 마을과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