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때문에 직원 다 떠나”…美FTC, 아마존 재판 연기 요청

해외

이데일리,

2025년 3월 13일, 오후 02: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마존을 상대로 한 소송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부효율부(DOGE) 때문에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진=AFP)

12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FTC는 이날 아마존 프라임 구독서비스 관련 소송에서 오늘 9월로 예정된 재판 날짜를 늦춰달라고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FTC 담당 변호사인 조나단 코헨은 연기 사유에 대해 DOGE의 정부효율화 작업으로 자금 및 인력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용 절감 조치로 FTC가 심각한 자원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기관, 부서, 사건 팀에서 직원 수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코헨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직 제안 이메일이 발송됐을 때 FTC의 많은 직원들이 이를 수락했다. 남은 직원들이 있지만 다른 이유로 사직하거나 재판 기간 휴가를 계획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 계획 역시 동결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정부를 떠난 직원 4명당 1명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FTC 변호사들이 근무하는 건물의 임대 계약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재판 준비 기간에 사무실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FTC 직원들의 출장 예산이 제한된 데다, 법적 절차 기록을 가장 저렴한 배송 일정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어 자료를 받아보는 데에만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코헨 변호사는 전했다.
담당 판사는 “현재 자원 부족 상태라면 두 달 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고 물었고, 코헨 변호사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판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변호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판사는 FTC에 이번 요청에 대한 내용을 14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토록 지시했다. 반면 아마존측 변호사인 존 휴스턴은 “DOGE 때문이든 아니든 재판 변호사는 사건마다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재판 일정을 변경하지 말아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

FTC는 소비자보호 및 반독점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대규모 정부 인력 및 예산 삭감이 미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사례라고 CNN은 짚었다. 소비자 보호 또는 기업의 독과점 감독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FTC는 2023년 아마존이 ‘다크 패턴’으로 고객들의 동의 없이 프라임 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의도적으로 취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구독 취소를 방해했다며 아마존 고위 임원 3명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전 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구독 프로그램으로, 이 사건에서 다루는 청구 금액은 최소 10억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