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경계를 허물다"…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이 돌아온다(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1월 04일, 오후 09:30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예술감독 다니엘 지크하우스(LG아트센터 제공)

"'무경계성'이죠. 무엇이 춤이 될 수 있고, 또 춤이 될 수 없는지의 경계를 허뭅니다. 피나 (바우쉬)는 독일 폴크방 무용학교에서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한 훈련을 받았어요." 독일 무용단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예술감독 다니엘 지크하우스가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1940~2009)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을 설명했다. 부퍼탈은 독일 서부의 도시로, '피나 바우쉬의 도시'로 불린다.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무용 공연 '카네이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탄츠테아터 부퍼탈 예술감독 다니엘 지크하우스를 비롯해 리허설 디렉터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 리허설 어시스턴트 김나영,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이 참석했다.

피나 바우쉬의 '카네이션', 25년 만의 귀환
'카네이션'은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으로, 1982년 초연 후 40년 넘게 전 세계 관객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 작품은 탄츠테아터(Tanztheater)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힌다. 탄츠테아터는 피나 바우쉬가 개척한 장르로, 댄스(Tanz)와 연극(Theater)을 접목한 현대무용 양식을 가리킨다.

특히 '카네이션'은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돼 한국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올해 센터 개관 25주년을 맞아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카네이션' 공연 장면ⓒEvangelos Rodoulis(LG아트센터 제공)

25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는 "피나 생전에 함께 작업했던 저와 실비아 파리아스가 리허설 디렉터로 참여한다는 점이 큰 변화"라며 "무대에서 사용되는 한국어 텍스트의 분량도 초연보다 2~3배 늘었다, 영어나 독일어보다 한국어를 사용할 때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탄츠테아터 부퍼탈 무용단원 김나영은 '카네이션' 공연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인상을 들려줬다. "독일에서 '카네이션' 공연을 보고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무대 위에 카네이션이 가득 깔려 있었고,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낯설고 충격적이었죠."

서울예고에서 발레를 공부한 김나영은 세종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96년 탄츠테아터 부퍼탈에 입단했다. 이후 피나 바우쉬가 타계할 때까지 13년간 함께하며 거장의 예술세계를 온몸으로 체득했다. 2000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카네이션' 공연에는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고, 이번에는 리허설 어시스턴트로 작품에 참여한다.

리허설 어시스턴트 김나영(LG아트센터 제공)

'유일한 韓 단원' 김나영…피나의 매력에 빠진 이유
김나영은 "피나 바우쉬의 철학 중 하나는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였다"며 "한국에선 '튀기보다 조화를 이루며 살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피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피나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무용단에 입단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나에게 받은 영향이 무척 크다, 피나는 무용수들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무엇을 느끼고 표현하길 원했다"며 "처음엔 그런 작업 방식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그 경험이 제 작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향후 방향성에 관해 묻자, 다니엘 지크하우스는 "현재 우리 단체의 무용수 34명 중 15명이 피나 생전 함께 작업했던 무용수"라며 "그 존재 자체가 특혜이자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피나와 함께 작업했던 지식과 경험을 젊은 무용수들에게 전하고 있다"며 "다양한 세대의 무용수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다른 무용단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 이어 14~15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카네이션' 포스터(LG아트센터 제공)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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