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기 위해 야권과 협치할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국립대 총장들의 제안도 수용했다. 현재 2000명 증원안은 과학적인 것이며 최소한의 숫자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대표와 4~5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다음 주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 역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했다.
영수회담이 성사된다면 윤 대통령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마주 앉게 되는 것이다. 영수회담은 총선 참패 이후 국정쇄신을 요구받는 윤 대통령에게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영수회담이라는 용어에도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영수회담에서는 향후 국정쇄신의 출발점이 될 인적 쇄신을 비롯해 민생 관련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차기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로부터 의견을 구할 가능성도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협치'에 방점을 둔 인사를 국무총리로 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야권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의 '국민 25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달라진 입장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영수회담과 함께 의료개혁을 둘러싼 의정 갈등 이슈는 윤석열 정부가 꼭 풀어야 하는 난제였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각자의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당초 계획의 50~100% 범위에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특별 브리핑을 통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00명으로 확정된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1000명대까지 축소될 여지를 갖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가 통일된 합리적 안을 가져오면 2000명 증원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 양측이 협상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정부가 의대생과, 내년 신입생을 고려한 조처라는 점을 내세워 조정의 여지를 주고, 2000명 증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향후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의료개혁 관련 사회적 논의를 위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다음 주 첫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특위는 △민간위원장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며, 민간위원은 각 단체가 추천하는 대표 또는 전문가로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10명 △수요자단체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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