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없어도 해내야해"...'몰빵배구' 고개 저은 모랄레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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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4년 4월 25일, 오전 11:40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여자배구는 신임 감독과 함께 세계랭킹 40위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세대교체를 천명하고 세 시즌 차를 맞이한 올해, 새로운 체재의 시험대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25일, 잠실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남녀배구 대표팀 신임감독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대한배구협회(회장 오한남)는 지난 달 18일, 비어있던 남녀배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새로운 감독들을 선임했다. 남자배구 대표팀에는 이싸나예 라미레즈(Issanaye Ramires Ferraz) 감독울, 여자대표팀 감독에는 페르난도 모랄레스(Fernando Javier Morales Lopez) 감독을 선발했다"고 전했다.

한국 남녀배구는 현재 국제대회 성적 부진으로 인해 깊은 침체기를 맞이했다. 25일 기준 남자배구는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28위, 여자배구는 40위에 머무르고 있다. 

여자배구는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2전패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1승4패, 2023 VNL 12전패,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6위,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7연패에 더불어 아시안게임도 5위에 그쳤다. 2006 도하 대회 이후 최하위 성적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기존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았던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전 감독이 물러난 후 모랄레스 신임 감독이 새롭게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게 됐다. 새 체제에 놓인 한국 여자배구는 오는 5월 14일부터 6월 16일까지 열리는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선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과 다양한 리그에서 세터로 활약하며 선수 생활을 한 모랄레스 감독은 푸에르토리코 여자대표팀의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직후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되었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로 인해 전력이 약화된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을 현재 세계랭킹 16위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4승 3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하 모랄레스 감독 일문일답

- 부임 소감?
우선 이 자리를 맡게 되어 영광이다. 이런 기회를 주신 대한배구협회에 감사드린다. 이 자리가 한국 배구에서, 세계 배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리인지 잘 안다. 여자배구가 과거 좋은 성적을 냈던 팀으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 한국 대표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하나를 집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 전술, 전략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이 분명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이미 소집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특정한 부분이 향상되는 모습을 확인했고 계속해서 훈련에 매진하겠다. 또 배구 외적인 부분을 꼽자면 구단과 좋은 관계 형성이다. 서로가 협업하며 상부상조해야한다. 대표팀은 특히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같은 높은 수준의 국제대회에 나서기 때문에, 구단 및 리그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좋은 선수들이 세계무대에 오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이 되겠다. 

- 대표팀 들어갔다가 나온 선수들도 많은데, 이처럼 부상이나 체력관리가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어떻게 이 부분을 대비하고 있나?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후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일부 선수들이 지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면담을 통해서 너희가 대표팀 일원으로 중요하다는 얘길 해줬다. 꼭 이번 여름은 아니더라도 쾌차해서 다음 대표팀에 와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지금 선수촌에 입촌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있다. 16명으로 대회를 나섰다가 이후 부족한 인원을 추가해서 좋은 스쿼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면담이 진행된 상태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라미레즈 감독(좌)-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라미레즈 감독(좌)-여자배구 대표팀 모랄레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 임기 안에 이런 성적을 거두겠다는 가시적인 목표, 한국 배구의 '이 점만은 바꾸겠다' 하는 점이 있다면?
배구적인 측면에서는 세계랭킹을 일단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 한국 여자배구는 40위권이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봤을때 이 랭킹보다는 더 나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세계랭킹을 올림으로서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아선수권에서 더 높은 자리에서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배구 외적으로는 좋은 분위기 형성이다. 국가대표에 차출됐다고 했을때 오고 싶다고 느끼는 대표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세자르 전 감독 체제에서는 리시브가 잘 됐을때 미들블로커의 속공을 활용해서 득점했다. 현재 진천에서 훈련하는 선수들과 소통을 해보니 낮고 빠른 윙 공격을 가미하려는거 같은데 포인트를 어느쪽에 잡았나? 
국제대회에서 성공적으로 경기를 해내기 위해서는 모든 공겨자원이 다 가용돼야한다. 특히 한 팀에서 혼자 40점 이상 낸다던지, 이런식으로 홀로 다득점하는 선수가 있는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득점을 고르게 분포시키기 위한 훈련을 한다. 사실 우리가 체력이나 체격조건이 좋은 팀은 아니다. 그래서 공격을 낮고 빠르게 진행함으로서 블로킹이 와서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루트를 좀 더 쉽게 가져가게 하기 위함이다. 현대배구는 미들블로커, 양쪽 윙스파이커, 파이프 후위까지 모두 가담해야한다. 혼자 다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모두 다 공격하고, 또 빠르게 해서 예측을 어렵게 하게해야한다.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직전에 이끌던 핵심 선수들이 (아베크롬비(IBK기업은행)) V-리그에서 활약했는데 두 선수와 한국 리그에 대해 나눴던 대화가 있나? 
아베크롬비 이전에 달리 산타나도 한국에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전부터 한국 리그를 봐왔다. 아베크롬비랑 얘기했을때는 한국 리그에서 뛰는걸 기뻐했고 좋은 얘길 많이 해줬다. 푸에르토리코에서 4년을 하면서 아베크롬비는 주요선수였다. 아베크롬비는 일단 한국의 시설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이었고 또 선수들의 훈련 강도와 양, 훈련 자세들에 대해 좋은 얘길 해줬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아까 라미레즈 남자대표팀 감독이 말했듯이 개인보다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하겠다. 

김연경(좌)-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박정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김연경(좌)-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박정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 한국 리그를 계속 봐왔다고 했다. 감독을 맡기 전에도 눈에 띄었던 선수가 있나? 
한 선수만 꼽기는 어렵다. (꼽자면) 최고참 선수인 박정아와 표승주를 얘기하고 싶다. (두 선수와는)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누고있다. 감독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최고참의 도움이 없다면 리빌딩은 어렵다. 또 고참이 코트 위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과 코트 외적인 부분도 있다.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김다인, 정지윤, 이다현같은 경우 현대건설에서 통합우승을 하고 대표팀에 왔는데 그 좋은 기운들을 훈련장에 끌어오고, 또 팀의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 직접 선수단을 만나보니까 예상과 가장 달랐던 점이 있었나?
직전에 푸에르토리코 팀 감독으로 있었는데, 가장 비교되는 점을 꼽자면 조건이다. 선수촌의 시설이 너무 좋아서 배구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선수들의 기본기가 포지션에 상관없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팀워크로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개개인이 구현할 수 있다. 기본기가 뛰어나기에 습득도 빠르다. 이 때문에 훈련 부분에 있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한다. 

- 팀 문화를 중요하게 꼽았는데, 판단하기에 단순히 감독이 바뀜으로 인해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드는 과정인건가? 아니면 선수들의 팀워크가 단단하지 않았던건지? 
과거에 대표팀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진 알지 못한다. (내가 왔을때) 10일 훈련한걸 기반으로 말하겠다. 선수와 코치 사이에 의사소통,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팀이 출발한다. 그래서 의사소통과 (잘 형성된) 관계를 바탕으로 좋은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 처음 말했던 것처럼 부상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하게 됐는데 (후일을 위해) 이 선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팀 분위기를 형성하는게 중요하다. 

- 구단과 좋은 관계에 대해서 얘기했다. 구단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얘기가 그간 있었는데 어떤 방식의 소통을 할건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게 구단과의 원만한 관계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한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정관장 선수같은 경우 인도네시아 친선전을 가도 되겠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런 부분을 시작으로 벌써 팀들과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구단과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역학관계나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부상선수에 관련해 얘기할 때도 구단과 얘기를 했다. 또 다음주 금요일에 각 구단 감독들이나 코치가 선수촌에 와서 훈련 참관을 할 예정이다. 빠르게 친해져보도록 노력하겠다. 대표팀과 구단이 같이 윈윈하면서 협업관계를 만든다면 수준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여자배구도 남자배구와 마찬가지로 세대교체 미션이 있다. 김연경을 비롯한 황금세대들이 없어진 후의 압박감도 있을거고, 전임 감독 체제를 벗어나야하는 중책감도 느낄텐데?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황금세대가 떠나고 우리 대표팀이 좋은 시즌을 못 보낸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세대교체는 과도기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두 시즌동안 과도기를 거쳤다. 세 번째 시즌인 이번 시즌부터 새로운 대표팀으로서 과도기를 잘 버티고 세대교체를 본격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준비가 됐다. (배구는) 김연경같은 한 선수가 40득점씩(다득점을) 내는게 아니라 팀 스포츠로 플레이해야한다. 이전에도 세대교체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아베크롬비가 뛰었던 경기도 있지만, 없던 경기도 있다. 이런 스타플레이어의 공백을 팀원들이 잘 채워야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겠다. 

- 감독으로 본인들의 장점은? 남녀대표팀을 이끄는데 기대치를 충족하는데 대해 얼만큼의 자신감이 있는가? 
첫 번째로 가장 큰 장점은 지도 경력을 돌아봤을때 선수들과의 좋은 관계다. 또 좋은 팀 분위기를 형성해온 것이 여기서 비롯된다. 기대치에 대해서 부응할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사실 대표팀 감독직에는 항상 부담이 있다. 이전에도 세대교체에 대한 막중한 임무를 받은적이 있다. 부담감은 항상 가지고 있다. 또 이게 이 직업이 가진 순기능이다. 그래서 이 부담감을 도전과제로 받아들이겠다. 

- 성인 대표팀을 지도하는 역할로 한정할 수도 있지만, 넓게 본다면 청소년과 그 아래 있는 유소년까지 영향력을 내려보낼 수도 있다. 단순히 선수들을 소집해서 훈련하는 것 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이 있나? 
제가 협회랑 인터뷰를 할 때 가장 먼저 드렸던 질문이다. 미래 인재 육성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배구의 위상 회복을 위해서는 어린 선수들과 훈련과 협업을 많이 해봐야한다. 그래서 다른 연령대와도 일해보고싶고 친선전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세대교체와 한국배구에도 더 득이 될거라 생각한다. 

 

사진=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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