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 관종·관음이 만나…비뚤어진 욕망의 불꽃놀이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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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4년 5월 06일, 오전 07:00

'그녀가 죽었다'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유능한 공인 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 그에게는 은밀한 취미가 하나 있다.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일이다. 고객의 집에서 없어져도 알아차리지 못할 물건을 하나씩 훔쳐 자기만의 전시 공간에 진열해 놓고 혼자 뿌듯해한다. 이런 그의 행동은 성적 욕구와 관련된 것이 아니니 엄밀히 말해 관음증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다른 사람을 삶을 지켜보고 거기서 결핍돼 있던 모종의 욕망을 채운다는 점에서 자연히 '관음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구정태의 레이더망에 새로운 먹잇감이 걸려든다. 같은 동네 사는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다. 우연히 편의점에서 마주친 한소라는 소시지를 입에 문 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채식 식단 사진을 올리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구정태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소라를 보게 된 날부터 구정태는 그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몰래 뒤를 쫓으며 살고 있는 곳, SNS 계정, 여가 시간에 하는 일 등을 파악하고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쓴다.

불법 잠입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갈 무렵, 갑자기 구정태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한소라가 살고 있는 집을 내놓겠다며 제발로 자신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온 것. 구정태는 쾌재를 부르며 한소라의 집에 입성하게 되고, 그 뒤로 한소라의 동선을 살펴가며 몰래 집을 들락날락하게 된다. 그렇게 한소라를 관찰한지 152일재가 되던 날, 구정태는 한소라의 집에 갔다가 상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구정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그녀가 죽었다'는 문제적인 두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촘촘한 사건의 연쇄로 짜임새 있게 연결해 낸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신예 김세휘 감독은 영화 '맨홀'(2014)의 스크립터로 시작해 '치외법권'(2015) '인천상륙작전'(2016) '덕구'(2018)의 스크립터 등을 거쳐 이번 영화로 데뷔했다.

내레이션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점이나 군데군데 납득되지 않는 설정들이 있고, 결말이 교훈적이라는 점에서 매끈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라 말하긴 어렵다. 예컨대 영화 속에서는 빨간 봉투가 진범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결정적 단서로 사용되는데, 이는 깔아놓은 밑밥 없이 기계적으로 활용돼 뜬금없는 느낌을 준다. 또한 한소라 사건을 파헤치는 여자 형사 오영주(이엘 분)의 역할도 아쉽다. 후반부, 교훈적인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오영주의 대사가 감독이 설정한 이 캐릭터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죽었다'는 재밌는 영화다.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안겨준다. 전반부의 설정은 이미 예고편 등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임에도 변요한의 열연 덕에 몰입도가 높다. 후반부의 이야기들 역시 반전과 함께 '믿고 보는 배우' 신혜선의 설득력 있는 연기를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러닝타임 103분. 오는 15일 개봉.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