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협상 난항…보복 공격 후 라파 민간인 대피 돌입

해외

이데일리,

2024년 5월 06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종전 문제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지자 보복 공격을 주고받는 등 격랑 속에 휩싸였다. 결국,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지역에서 군사 작전 개시 준비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라파 공격에 앞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라파의 동쪽 지역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해안에 있는 알마와시의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한다면서, 라파 동부에 머무는 주민에게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알마와시에는 야전 병원과 텐트촌,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이 갖춰져 있다”며, “전단과 문자·전화통화는 물론 아랍어 매체를 통해 민간인 대피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구호 단체들도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대피 개시 관련 정보를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라파에는 140만명가량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휴전 거부로 가자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최대 우방국인 미국 측에도 통보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요아브 갈란트 장관이 전날 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에 ‘제한된 지역’에 대한 대피작전을 통해 10만명가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라파 동부에서 일부 피란민들이 가족 단위로 대피를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서 양측은 종전 문제를 두고 난항을 겪었다. 하마스는 완전한 종전을 요구한 반면 이스라엘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하자 양측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하마스는 지난 5일 가자지구 북부 분리 장벽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측 케렘 샬롬 검문소에 10여발의 로켓을 쐈으며,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3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곧장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구호품이 반입되는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고 로켓 발사 원점인 라파 인근의 살람 지역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인해 최소 16명이 숨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에 대한 이견으로 결실을 보지 못할 수 있으며, 조만간 라파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대피 작전은 하마스를 붕괴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며 “어제 라파에 하마스가 존재하고 그들이 작전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라파에서 지상전이 시작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만류해왔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라파 공격을 위해 최근 가자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 인근에 약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한 사실도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