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發 위기…쿠팡 "'메이드 인 코리아'에 22조 통 큰 투자"

경제

뉴스1,

2024년 5월 09일, 오전 05:50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0.3.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의 한국 침공에 쿠팡이 올 1분기 영업이익 반토막과 분기 흑자 릴레이 중단이라는 '어닝 쇼크'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김범석 쿠팡 의장은 국산 제조사 제품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1분기 실적 부진엔 표면적으로는 최근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손실(1501억 원)이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쿠팡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8% 늘어난 9조4505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531억 원으로 61% 급감했고, 3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당기순이익은 7개 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실제로는 C커머스의 급성장 여파로 인해 '위기경영' 고삐를 조이는 모양새다.

김 의장은 8일 컨퍼런스콜에서 "5600억 달러 시장에선 쿠팡 점유율이 낮은 상황이고 C커머스 진출로 유통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소비자가 클릭 한 번에 다른 쇼핑옵션으로 전환하는 등 더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리·테무 진출로 쿠팡의 '록인'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김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C커머스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변화에 대응해 그는 △한국 제조업 지원 △와우 멤버십 혜택 강화 카드를 꺼냈다. 국산 제품 구매·판매 규모는 지난해 17조 원에서 올해 22조 원으로, 와우 멤버십 혜택은 4조 원에서 5조5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 30%, 40% 키운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당장은 쿠팡 매출이 높더라도 C커머스가 최근 수년간 고속성장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 쿠팡 매출 성장세는 중국 직구를 한참 밑돈다.

(쿠팡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직구액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54%로,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 성장률(20%)의 2.7배에 달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1분기 결제액은 8196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60%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C커머스 성장률은 더 가팔라졌다. 중국 직구액은 지난해 1분기(6095억 원)와 비교해 4분기(1조654억 원) 75% 성장한 반면, 쿠팡 프로덕트 커머스는 같은 기간 15% 늘었다.

(쿠팡 제공)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 매출이 3조 원으로 추정되는 알리·테무는 지금 성장세라면 올해 8조 원까지 갈 수 있다"며 "미국·유럽은 C커머스에 강경하나 한국은 달라 이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쿠팡 등 토종 커머스에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하고, 6조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가 줄어들지 않아 C커머스 대비 투자 여력도 적다.

쿠팡의 1분기 누적 결손금은 5조8159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 늘었다. 반면 통계분석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10년(2013~2023년) 누적 당기순익은 152조 원에 달한다.

여기다 C커머스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알리는 지난해 말부터 K-베뉴 한국관을 열어 CJ제일제당 등 브랜드를 유치 중이고 올해는 새 물류센터를 증설한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온라인 마케팅 중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4월 알리(859만 명)와 테무(824만 명)의 사용자 수 합산은 쿠팡(3091만 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여기다 틱톡의 e커머스 플랫폼 틱톡샵, 패션업체 쉬인 등이 본격 상륙하면 중국 '4대장' 사용자 수는 올해 4000만 명을 넘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쿠팡은 이에 대응해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로켓배송'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은 쿠팡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적잖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엔 익일·새벽배송과 와우 멤버십 등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서비스가 없고, 최근엔 유해물질 이슈로 소비가 주춤한 상황"이라며 "쿠팡이 품질·가격이 검증된 국산품을 늘리고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면 우위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smith@news1.kr